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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년 3월 31일
출판사 홀린
188x257mm, 102p, 하드커버 양장본
ISBN 979-11-955105-3-5
1983년, 574세대, 그리고 이후
이선희 (시각예술가)
1970년대 후반부터 도시의 개발과 더불어 변화하는 가족 형태(핵가족)에 맞추어 작지만 편리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아파트가 전국적으로 생겨났다. 2020년 2월을 기준으로 38년의 역사를 뒤로한 채 사라진 봉명주공아파트도 그중 일부이다. 1983년 지어진 이곳은 총 574세대가 거주했던 당시 청주 최대의 아파트 단지로서 다양한 가족 공동체와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가 머무르는 곳이었다.
2007년 건물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으며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었지만, 경기침체, 시공사 선정 등의 이유로 10여 년간 답보상태로 진행되었다. 그 사이 주민들은 아파트를 떠나고, 청주로 이주해 온 노동자, 외국인 근로자들이 빈 아파트를 채워갔다.
주민들의 이주, 철거,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청주의 1세대 아파트가 사라지고, 우리의 기억 속에만 존재한다. 특히나 봉명주공아파트는 전국적으로 흔치 않은 단층 아파트로 아파트 앞에 개인의 정원, 텃밭이 있었고, 30년이 넘은 단지 내 조경수목 또한 인상적인 곳이었다.
‘도시기억 아카이브’ 는 재건축, 재개발 등 도시의 생애주기기에 따라 변해가는 도시의 모습과 그곳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흔적을 렌즈 속에 담아가는 프로젝트이다. 하나의 예술작품이 탄생하기 위해서 작가들은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일생에 걸쳐 주제를 탐구하고 표현한다. 1년이라는 시간이 예술 안에서는 짧은 시간일 수도 있지만, 두 명의 사진작가는 매주 봉명동에 방문하여 주민들을 만나고, 곧 사라질 겹과 색을 담아내기 위하여 사계절에 걸쳐 5만장의 사진을 기록하였다. 그리고 두 번의 사진 선별 워크숍을 통해 공간을 추모하고, 장소를 기억할 수 있도록 활동을 정리하였다.
여기, 그 결과물이 있다. 86장의 정리된 사진이 봉명주공아파트의 일생을 모두 품을 수는 없겠지만, 마지막까지 머물렀던 주민들의 모습을 놓치지 않기 위해 셔터 하나하나에 눌러 담았다. 사라지는 피사체를 쫓아 이미지를 단순하게 기록하는 것이 아닌, 도시 속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정취와 예술적 감수성을 연결하는 활동이 되길 바라며, 사라지는 도시의 마지막 모습을 정리하기 시작한‘도시기억 아카이브’ 의 첫발에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