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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년 8월 1일
출판사 홀린
200x220mm, 84p, 하드커버 양장본
ISBN 979-11-993674-2-5
만남로 43
천안에서 오래 살았다.
아산과 천안을 오가며 살아온 삶은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인가 내게 ‘보이는 것’이 생겼다. 멈춰 서서, 기다리다 떠나는 사람들. 이름도 모르는 그 얼굴들이 내 눈에 오래 머물렀다.
고속버스터미널 옆, 만남로43번지. 처음 카메라를 들고 섰던 그 골목. 버스가 오가는 사이, 사람들은 이따금씩 나와 눈이 마주쳤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아무 말 없이도 말이 되는 얼굴들이었다.
누군가는 짐을 끌고, 누군가는 전화를 붙잡고 서성였고, 어떤 날은 어린아이가 터미널 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울었다. 그 모든 장면이 내 안에 오래도록 남았다. 기록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사라지고 말 얼굴들이기에.
나는 작가라기보다는 기록자에 가깝다. 사진은 내게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한 예술’이기보다는 ‘사라지기 전에 붙잡는 태도’였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일이 내겐 중요했다. 그들을 찍는다는 건, 그들의 존재를, 순간을, 고요히 인정하는 일이었다.
이 작업을 하면서 한 사람이 자주 떠올랐다. 어린시절 매일 터미널을 지나던 나였다. 언제나 목적지로 바쁘게 향하던 내게, 그 공간은 아무 의미 없는 ‘길’일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안다. 그 길 위에 매일 수천 개의 이야기가 스쳐간다는 것을.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도시의 표정이라는 것을.
나는 그저 그 자리에 서 있다. 연출도, 요청도 없다. 어떤 날은 사람이 찍히지 않아 돌아오기도 하고, 어떤 날은 단 한 장의 사진으로 하루가 채워지기도 한다. 그런 식으로 쌓인 사진들이 이제 제법 모였다. 그 사진들을 붙잡고, 나는 전시를 준비한다. 이름 없는 이들의 얼굴을 한 자리에 놓기 위해서.
‘43’이라는 숫자는 처음 그 자리에 섰을 때 표지판에 적혀 있던 주소였다. 누구에게나 스쳐가는 숫자일 테지만, 내겐 작업의 출발점이자 삶의 태도를 되새기는 좌표가 되었다.
나는 여전히 만남로43에 선다. 낯선 얼굴들과 마주하고, 그들 틈에서 이야기를 기다린다. 그들은 나를 모른다. 나도 그들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같은 도시의 한 페이지에 함께 있는 사람들이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나는 이 기록을 멈출 수 없다.
영상 인터뷰
저자소개
김인숙
한국사진작가협회 아산지부 정회원
청주대학교 평생교육원 사진 포트폴리오 이수
개인전
2023 ”모종동 아카이브“ 신미술관
2022 “만남로43” B77 Gallery
그룹전
2025 “제3회 도시기억아카이브 사진제” 충주문화회관
2024 “온양온천 목욕탕 아카이브” 배방어울림센타
2024 “온양온천 목욕탕 아카이브” 스토리아갤러리
2024 ”사진충북“ 2024 photo chungbuk festival 청주시립미술관
2024 ”장소를 기억하는 방식“ 청주시한국공예관
2024 ”제54회 충청남도 사진대전“ 서산시민문화회관
2024 “제2화 도시기억 아카이브 사진제“ 충북문화관